"차 안에 있는 자가 위스퍼입니다."
나는 근육질 사내에게서 시선을 돌려 맥스 탈러의 옆모습을 보았다. 젊고 까무잡잡하고 자그마하며, 이목구비가 깎은 듯 단정한 곱상해 보이는 사내였다.
"예쁘장하군요." 내가 말했다.
"아무렴요. 다이너마이트도 예쁘장하지 않습니까."
회색 옷을 입은 빌 퀀트가 맞장구를 쳤다.
"며느님이 질투가 심했습니까?"
나는 영감이 또다시 소리치기 전에 선수를 쳐서 입을 막았다.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으셔도 잘 들립니다. 이스트를 먹기 시작한 뒤로 귀머거리 증세가 아주 좋아졌거든요."
영감은 허벅지 때문에 볼록해진 이불 위에 주먹을 올려놓고 나를 향해 네모난 턱을 치켜들고는 또박또박 말했다.
"내 비록 늙고 병든 몸이긴 하지만 일어나서 자네 엉덩짝을 걷어찼으면 소원이 없겠구먼."
나는 영감의 말을 무시하고 질문을 되풀이했다.
"며느님이 질투가 심했습니까?"
"심했지."
내 자리는 3열, 링사이드였다. 자리로 가면서 나는 댄 롤프가 다이나 브랜드와 함께 멀지 않은 통로 족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다이나는 마침내 머리를 손질해 물결 모양의 웨이브를 줬으며, 커다란 회색 모피 코트를 입은 모습이 귀부인 같았다.
이십오 분 뒤 욕실에서 나와서 보니 다이나가 책상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내 글래드스턴 가방 옆 주머니에 들어있는 메모장을 보고 있었다.
다이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다른 사건은 청구한 비용들이 꽤 있는 것 같네요. 당신이 왜 좀 더 나에게 너그럽게 대해 주지 않는지 도무지 까닭을 모르겠어요. 봐요, 여기 '인프'란 항목으로 600달러 지출했잖아요. 누군가에게 정보 산 비용이죠? 맞죠? 그 아래는 150달러를 지출했네요, '톱'이라는 이름으로. 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머나 여긴 거의 1000달러나 지출했어요."
내가 메모장을 뺏으며 말했다.
"그건 그냥 전화번호야. 어디서 자랐어? 남의 가방이나 뒤지고!"
"수녀원에서 자랐어요. 거기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해마다 품행방정상을 받았죠. 초콜릿에 설탕을 많이 넣으면 식탐으로 지옥에 가는 줄 아는 순진한 소녀였다고요. 열여덟 살까지는 욕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맨 처음 들었을 때는 거의 까무러칠 뻔했죠."
"당신이 다이너마이트란 건 맞아. 하지만 딴생각은 하지 마. 바보 같은 얘기야. 당신은 기분이 좋을 때가 훨씬 예뻐.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해서 화가 나면 완전히 야수로 돌변하거든. 누이, 나 굶어 죽겠다고."
"그거 아무 소용 없어."
"왜요?"
"리노는 여기 열쇠를 갖고 있어. 십중팔구 그를 쫓는 놈들도 여기를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리노가 우릴 여기다 내버린 거고. 우리가 그들과 치고받는 동안 자기 혼자 튀겠다는 속셈이지."
지친 얼굴로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난 다이나가 리노와 나와 아담 이래의 모든 남자에게 저주를 퍼붓고 나서 나를 보며 불쾌하게 말했다.
"당신은 뭐든 아는군요. 다음엔 어떻게 하면 되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방이 탁 트인 편한 자리를 찾아 어떻게 돼 가는지 살펴보는 거야."
"담요 가져갈래요."
"하나쯤이야 없어져도 상관없겠지만 그보다 더 가져가면 우리 속셈을 들킬지도 몰라."
"들키든 말든 알 게 뭐람."
다이나는 투덜댔지만 담요는 하나만 가져갔다.
담요를 깔고 그곳에 앉았다.
다이나는 내 어깨에 기댄 채 땅이 축축하다느니, 모피 코트를 입었는데도 춥다느니 다리에 쥐가 난다느니 담배를 태우고 싶다느니 하며 쉴 새 없이 투덜댔다.
나는 다이나에게 술을 한 모금 주었다. 그러자 십 분 동안 평화가 찾아왔다.
다이나가 말했다.
"감기 걸리겠어요. 누가 올 때쯤이면 올지도 알 수 없지만 재채기랑 기침 소리가 떠나갈 걸요."
"한 번만 해봐. 목 졸라 죽여 버릴 테니까."
"담요 밑에 쥐새끼 같은 게 기어 다녀요."
"그냥 뱀일 거야."
"결혼은 했어요?"
"괜한 소리."
"그럼 했군요?"
"아니."
"당신 아내한텐 천만다행이네요."
다이나의 재치 있는 농담에 적절한 응수를 궁리하고 있을 때 저 멀리 길 쪽에서 불빛이 반짝거렸다. 내가 쉿 하는 순간 불빛이 사라졌다.
참 오랫동안 읽었다.
20121021~20121118
이제 '데인 가의 저주'.